XD Design 노트북 백팩 자가수리 기록

2023. 3. 23. 14:57Life journal/뻘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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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년 좀 안되게 구매해서 잘 쓰고다녔던 XD DESIGN 비즈니스 가방. 어느날부터인가 지하철에 앉아있다가 일어설 때마다 가방끈이 풀리더라니, 가방끈을 가방과 결속하는 클립 부분이 벌어져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끈이 빠져나갈 틈이 생겨서, 어느정도 여유가 생기면 체인이 풀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던 것. 아무래도 맥북 프로 16인치와 아이패드 무개를 견디지 못한게 아닌가싶었다. 평소에는 숨 쉬는 것도 귀찮아하는 사람이지만, 지하철에서 일어나 습관적으로 오른쪽 가방끈부터 매는데, 그 때마다 가방끈 결속이 풀어져있어서 몇 개월치 월급을 고이 모은 자비로 산 CTO사양 맥북을 가방째로 지하철 바닥에 꼬라박을뻔한 일을 수어번 겪다보면, 가방값 10만원이 문제가 아니라 500만원에 달하는 노트북이 걱정되서라도 뭔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2년간 A/S를 보증해준다고 되어있지만, A/S 맡긴답시고 가방을 보내놓으면 맥북은 어떻게 들고 다니겠는가. 옆구리에 끼고? 게다가 같은 부품으로 교체해주면 또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서 똑같은 현상이 발생할 것 같기에, 어떻게건 자가수리를 해보기로 했다. 뭐, 어떻게건 되지 않겠는가.

  등산용 카라비너를 사서 교체해주면 되겠지, 싶었는데 '카라비너'라는 단어가 떠오르질 않아서 이리저리 검색해본 결과, 대충 쓸만해보이는 녀석을 발견. 40mm정도면 그렇게 크지도 않은데 $4.49나 한다구? 하지만 어쩌겠는가. 일단 5개 정도 구매하기로 했다. 일단 교체해보고 몇 개월 안에 또 무게를 버티지 못해서 벌어지는 증상이 나오면, 카라비너만 교체해주면 되겠지. 대충 그런 생각이었다. 대충 2주가 지나가는 사이에 몇 번 가방을 지하철 바닥에 꼬라박을뻔한 위기를 겪고나서야, 집에 조그마한 상자가 도착했다.

  상자 옆구리가 후두둑 터지길래 '음, 이래서 중국에서 물건 보낼때는 그렇게 상자에다가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이는거구만'하고 있었는데, 상자를 뜯고보니 뭔가 이상하다. 분명 5개만 주문한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안에 쇳덩이들이 꽤나 묵직하다. 꺼내놓고 보니 정말 잔뜩 들어있는데, 어디서부터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5팩에 $4.49였던 것. 도착한 카라비나의 양은 무려 25개였다. 2개월에 하나씩 고장난다고 쳐도, 1년동안은 문제없을 양이 도착해버렸다. 와! 갱장해! 어쩐지 저 조그마한 게 개당 $4.49나 할 리가 없지! 이미 중국에서 집까지 도착한 물건을 환불해달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환불하겠다고 우편 접수하면 운송료가 더 나올 것 같았기에, 다 귀찮아져버린 나머지 어딘가에 짱박아두고 두고두고 쓰던가, 죽는날까지 누군가 '검은곰 님! 조그마한 카라비나가 필요해요!'라고 말하면 던져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충 사이즈나 보자...하고 연결해봤는데, 뭔가 ㅈ됏음을 감지했다. 주문한 카라비너의 크기가 너무 작았다. 기존에 달려있던 클립은 가방끈에 고정되어있는 형태기 때문에, 재봉선을 뜯어내던가 아니면 클립을 잘라내던가 해야하는 상황. 

  중학교 때 가정과 기술 실습 이후로 바느질을 손에 잡아본 적이 있던가. 군대에서 몇 번 단추 떨어진거 달아봤던가. 가물가물하지만 아무튼 그 때의 기억을 최대한 살려서 칼로 봉합선을 뜯고, 바느질되어있는 실을 전부 뜯어낸 뒤 클립을 분리. 그리고 다시 나이론 실을 사용해서 봉합해줬다. 실 재질이 나이론이라서 그런지, 길게 풀어서 바느질하다보면 중간이 꼬여버리는 바람에 몇 번이고 뜯어서 처음부터 다시 바느질해야했다. 가까이서 보면 개차반이지만 누가 가방끈을 그렇게 가까이서 보겠는가.

  어찌어찌 분리해내고 보니 40mm짜리 카리비너로도 충분히 결속이 가능하고, 어차피 자물쇠 기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양쪽 모두 교체해줬다. 일단은 이렇게 사용해보고 몇 개월 뒤에 까먹지 않았다면 다시 후기를 남기는 것으로.

 

+ 수량이 너무 많이 남아서 양쪽에 하나씩 더 걸어줬다. 와! 튼튼데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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