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덱 SSD 2TB 교체 및 윈도우 설치 후기

2024. 4. 18. 15:42Life journal/뻘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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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

스팀덱에 SDD를 교체하기 위한 가이드가 아닙니다. 교체 방법을 찾으시려면, 다른 블로그 글을 참조해주세요.

단, 설치할 때 엿같은 점을 찾으신다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구형 스팀덱의 중고가가 40만원까지 떨어진 2024년 봄, 윈도우 PC를 처분해버리고 당근을 뒤적거리다가 '그래픽카드를 살 바에야 스팀덱 사서 들고 다니는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에 덜컥 512GB짜리 스팀덱을 구매했다. 스팀 라이브러리를 뒤적거리다가 추억에 젖어 묻지도 않고 구매한 뒤 라이브러리 한 켠에 짱박아뒀던 크로노트리거도 플레이하고, 사놓고 하지도 않던 뱀파이어 서바이버도 잠들기 전에 한 판만 플레이해볼까... 하다가 다음날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정작 윈도우를 설치하기도 이전에, 스팀덱은 꽤나 만족스러운 기기였다. AAA급 게임들을 즐기는 사람들은 완충시 1시간정도밖에 구동을 못한다는 점에 아쉬워했지만, 인디게임을 주로 하는 나에게는 4시간은 구동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만족도 100%의 휴대용 기기였다.

  그렇게 몇 주의 시간이 흘렀을까. 원래 처분해버린 윈도우 PC를 대체하기 위해 구매한 스팀덱인 만큼, 슬슬 윈도우를 설치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개조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1TB짜리 microSD카드를 검색했다. 물품 자체도 많이 없을 뿐더러, 샌디스크의 1TB짜리 메모리카드의 가격이 약 13만원정도가 아닌가. SN740 2TB짜리의 오픈마켓 검색가와 큰 차이가 없었다. 스팀덱 SSD 교체에 대한 글을 찾아보니, 교체 방법도 그다지 어렵지 않아보였다. 뒷판을 열고, 방열판을 분리하고, SSD를 교체하고, 다시 조립하면 땡. 이 정도면 안할 이유가 없지 않나? 라는 생각에, 오픈마켓을 검색해서 SN740 2TB짜리를 주문했다.


📮 오지 않는 택배

  오픈마켓에서 웨스턴디지털 SN740 2TB 제품을 구매한지 어느덧 2주가 지나갔다. 리뷰에는 2주쯤 지나서 배송을 받았다는 내용도 있었고, 이 정도 시간이면 트래킹 넘버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싶어서 문의를 넣었다. 몇 시간이 지나서 답변이 달렸길래 확인해보니, 아직 발주가 안됐다고 한다. 알리익스프레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오픈마켓에 올라와있는 SN740은 대량 발주를 넣어서 배송비가 좀 저렴한건지, 배송에 걸리는 시간이 천차만별인 듯 하다. 그나마 정상 제품이라면 상관없지만, 교체를 하고나니 불량이라면 어쩐담. 그런 생각이 들자 머리가 핑 돌았다. 중고 매물을 찾아보니 14~15만원선에 매물도 몇 개가 보여서, 판매자에게 취소를 요청하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로부터 이틀 쯤 지나서 취소가 완료된 걸 확인하고, 눈독들여뒀던 중고매물을 확인해보니 모두 팔린게 아닌가.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를 두루두루 찾아다닌 뒤에야 16만원 정도에 SN740 2TB짜리 매물을 찾을 수 있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1시간 거리에서 직거래를 하고 집에 돌아오니, 이미 하늘은 어둑어둑해진 뒤였다. 방에 들어앉아 형광등을 켜고, 스팀덱을 배터리 보호 모드로 설정해놓은 뒤 SSD 교체 작업을 시작했다.

필요할 땐 구하기 힘든 SN740. 그렇다고 다른 제품을 구하자니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가버린다.


🔩 무르구나...! 물러...!

  스팀덱 나사는 필립스 스크류 드라이버 PH0를 사용한다. (참고) ...하지만 나사가 꽤 무른데다가, 풀림방지제가 발려있기 때문에 규격이 정확하게 맞지 않는 경우, 꽤 높은 확률로 나사가 마모된다. 꼼꼼히 찾아봤더라면 알 수 있는 사실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밤 9시에야 SSD를 들고 집에 도착한 뒤 허둥지둥 드라이버를 찾다가 결국 다이소에서 드라이버를 사온 나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나사를 풀기 시작했다. 어렵지 않게 7개의 나사를 풀고 마지막 하나의 나사를 돌리려는 순간, 드라이버가 헛돌면서 등골이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해먹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게 한시간 동안 고무재질의 이어폰 폼팁 등으로 마찰을 줄여서 나사를 풀이려는 갖은 시도를 하다가, 포기한 채 다시 재조립해뒀다. 뭐, 어쩌겠는가. 결국 금요일에 이런 불상사가 벌어졌을 때 믿을 건 쿠팡 로켓배송 뿐이기에, 모든것을 내려놓은 채 쿠팡에서 히다리 탭을 주문했다.

마모된 나사는 아무리 돌려도 돌아가지 않는다. 필립스 스크류 드라이버 PH0 규격에 맞는 드라이버를 준비하거나, 혹은 히다리탭을 준비해서 나사를 작살낼 준비를 하자.

 

  한시간 남짓 헛도는 나사를 돌린 여파로 모든 것을 포기한채 대자로 뻗어서 잠에 빠져든지 어언 7시간,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메시지와 함께 현관문을 열어보니 쿠팡에서 주문한 히다리탭이 도착해있었다. 포장을 뜯어보니 주문한 히다리탭, ANH-S1이 들어있었다. 눈치껏 가장 작은 비트로 교체해준 뒤, 마모된 나사에 수직으로 내려꽂고는 손으로 힘차게 돌렸다. 조금씩 쇳가루와 함께 비트가 나사 구멍을 만들어준다. 시험삼아 나사모양으로 생긴 반대편 비트를 꽂고 돌려보니, 마모된 나사가 깔끔하게 빠지기 시작했다. 만세! 그나저나 드릴에 꽂아서 쓰지 않으면 문제될 수 있다는 글들이 종종 보였는데, 나사가 물러서 그런지 손으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1시간동안 헛돌던 나사가 쉽게 빠졌다. 만세!

   뒷판 나사를 모두 푼 뒤에는 일사천리였다. 뒷판을 들어내고, 방열판의 나사를 풀고... 방열판을 푸는 도중 나사가 하나 더 마모되는 불상사가 일어났지만, 이미 뒷판 나사를 푸는 과정에서 마음을 내려놨기때문에 드라이버가 헛도는 느낌이 들자마자 드라이버 대신 히다리탭으로 나사를 갈아버렸다. 스팀덱은 자가수리를 권장하는 기기여서 그런지 iFixIt을 통해서 나사를 비롯한 부품을 판매하고 있기에, 나중에 따로 사면 그만이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대충대충 SSD를 교체한 뒤 재조립을 마쳤다.

방열판을 분리하다가 또 작살내버린 나사를 히다리탭으로 풀어버린 뒤, SSD 교체를 끝마쳤다. 히다리탭으로 분해한 나사는 더 이상 쓸 수 없으므로, 여전히 내 스팀덱에는 나사가 두 개 부족한 상태다(...)


💿 이제 남은 것은 설치 뿐...

  조립을 마치고나니 검은 화면에 부팅 영역이 없다는 문구가 출력되는 걸 볼 수 있었다. 어린시절 누나와 공용으로 쓰던 컴퓨터 윈도우를 수도없이 날려버린 나에게는, 몹시 익숙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스팀OS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부팅 가능한 USB를 만들어야하는데, 스팀에서는 윈도우에서는 Rufus를, MAC에서는 Balena etcher를 권장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삽질을 하기 시작하는데, Balena etcher 최신버전을 설치한 뒤 USB를 꽂고 스팀에서 제공하는 리커버리 이미지를 사용해서 부팅 가능한 USB를 만들려고 하자, 아무리 해봐도 Balena etcher의 프로그레스 바가 11%에서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건 또 무슨... 한참을 찾아본 뒤에야 Balena etcher 1.14.3버전을 사용해야 M1 Mac에서 문제없이 동작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찌저찌 부팅 USB를 만든 뒤, C to A 젠더에 USB를 꽂고 부팅하자 익숙한 화면이 나온다. 리커버리 이미지를 사용해서 부팅하면, 스팀OS 데스크탑 모드가 실행된다. 여기서 파티션을 설정한 뒤, 스팀OS를 설치하면 된다.

드디어 부팅에 성공했다! 파티션을 잡고 스팀OS만 설치해주면 끝이다. 용량도 문제없이 2TB로 잡힌다. 와! 신난다!


🪟 원래 목적은 윈도우니까...

  스팀OS를 무사히 설치하고 난 뒤, 예전에 구매해뒀던 윈도우 USB를 꺼냈다. Windows 10 Home Edition이지만 게임을 돌리는데는 문제 없고, Windows 11로 무상 업데이트도 가능하다. 볼륨 다운 버튼과 함께 전원을 눌러 부트 매니저를 실행한 뒤, 윈도우 USB를 지정해서 윈도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윈도우 설치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고, 스팀 페이지에서 드라이버를 다운로드받아 설치해놓으니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도 잘 동작했다. Windows 10 Home Edition USB 자체를 꽤 예전에 구매해놔서 그런지 버전이 상당히 낮아서, 업데이트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을 제외하면, 별 탈 없이 설치할 수 있었다. 다만 사운드가 정상적으로 재생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는데, 윈도우 11로 업그레이드하니 정상 동작했다. 특정 게임을 실행할 때가 아니면, 윈도우 10보다는 윈도우 11이 훨씬 호환성이 좋다카더라(...)

윈도우 10 설치가 완료됐다. 설치가 오래 걸릴지도 모르기에 USB와 충전기를 함께 꽂고자, 덱을 물려놓고 윈도우를 설치했다.


🥳 그래서 설치한 감상은?

  이미 PS5, 스위치, XBOX를 보유하고 있는 입장에서 윈도우가 돌아가는 스팀덱은, 정말 스팀 게임을 돌리는 것 이외에 큰 의미를 가지지 않을 것 같았으나... 세가 MJ마작을 60 프레임으로 돌린다던가, XBOX 얼티밋 게임패스로 제공되는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다던가, 생각보다 여러가지 이점이 있었다. 물론 페르소나3 등 몇몇 AAA급 게임들은 프레임이 떨어지고, 720p 해상도까지밖에 지원하지 않는 등의 자잘한 문제들이 있었지만... 뭐, 돌아가는게 어딘가싶기도하고. 

아이폰으로 기종을 변경한 이후 한동안 플레이하지 않았던 MJ마작을 60FPS로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XBOX 게임패스를 완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물론 윈도우를 사용하게되면 배터리 소모량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스팀OS로 부팅하려면 재시작해야되는 등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던파M처럼 모바일과 PC를 모두 지원하는 게임은 스팀덱 컨트롤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도 하고(스팀덱 툴을 설치한 경우 데스크탑 모드 대신 XBOX360 모드로 변경하면 된다), 화면을 터치하는 것과 마우스 조작은 또 별개로 취급되서 일부 게임에서는 터치가 안먹기도 하고. 옆으로 누운 채 윈도우에서만 돌아가서 플레이 할 수 없던 게임들을 플레이 할 수 있게된 건 좋지만, 나같은 경우는 그런 게임이 PSO2와 MJ마작 뿐이다보니... 요즈음은 대부분 스팀OS로만 부팅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윈도우를 설치하고나니 가끔씩 등이 가려울 때마다 손 닿는 곳에 효자손이 있는 것 마냥, 필요할 때마다 번갈아가면서 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듯 하다. 


🔚 결론

1. 스팀덱은 나사가 무르다. 정확한 규격의 드라이버(필립스 스크류 드라이버 PH0)를 준비하거나, ANH-S1 히다리탭을 준비하자.

2. SN740 SSD는 배송이 느린 경우가 많다. 짧게는 2주, 길게는 2달정도 기다릴 자신이 없다면 중고 매물을 찾아보자.

3. Balena Etcher 최신버전을 사용해서 부팅 가능한 USB를 만들 때 문제가 발생한다면, 1.14.3 버전을 사용하자.

4. 윈도우를 설치하면 XBOX 게임패스를 비롯해서 활용도가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발열과 함께 기본 배터리 사용량이 많아지는 등의 단점도 존재한다. SSD 교체와는 별개로 충분히 필요한지 생각해보고 설치하자. (굳이 파티션을 나누지 않고 microSD에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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