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에 대하여.

2015. 10. 5. 00:38Life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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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사한지 1년하고 반년 정도가 더 지났을 뿐이지만, 요 근래가 입사한 이래로 가장 바빴던 나날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분배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들이었고, 최근 어찌어찌 요령이 좀 생겨서 나아진 모양이다. 다시 말하면 숨돌릴 틈 정도는 생겼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 몇 달 전, 나는 갓웨이 12인치 680w 모델을 중고로 구매했다. 나인봇 원과는 달리, 매력적인 배터리 용량으로 인해 구매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몇 달간 전동휠을 타고 다녀본 결과, 과연 전동휠이 그렇게 혁신적인 이동수단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 탈 수 있게 되기까지의 연습시간은 논외로 친다 하더라도, 안정성은 꽤나 중요한 요소로 적용된다. 폭이 좁은 바퀴를 가진 모든 탈것에 해당되는 사항이겠지만, 요철이 있는 도로는 사고의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요철이 있는 블럭은 평소에도 지나가다가 자세를 무너뜨리지만, 비라도 온 후 마찰력이 줄어든 상태에서의 그 위험성은 상상하고싶지도 않다. 물론 인도에서 전동휠을 타는 것에 대해서는 수많은 논란이 있다. 누군가는 놀이기구로 분류되기 때문에 타도 된다고 하고, 누군가는 전동기 장치 자전거기 때문에 인도로 타면 안된다고 한다. 아마 후자가 보다 정확한 도로교통법에 따른 얘기일 것이다. 뭐가 어찌됐건, 로드 바이크의 속도를 감안한다면 일반적인 속도가 훨씬 느린 전동휠을 타고, 도로에서 주행한다는 이야기도 조금 우스운 이야기이다. 혹여라도 도로에서 넘어졌을 때를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자면, 한도끝도 없이 끔찍해진다. 물론 전동기 장치 자전거는 자전거 도로또한 이용할 수 없다. 


- 전동휠은 전원이 켜져있는 상태에서 바퀴가 지면에 닿지 않으면, 최고속도로 바퀴를 회전시킨다. 즉, 캐리어 손잡이를 부착한 전동휠을 타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거나, 혹은 뛰어가다보면 사고가 날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이야기다. 전원을 넣지 않은 전동휠은 무게도 무게거니와, 그 무게로 인해 캐리어 손잡이를 달더라도 끌고가기 몹시 힘들다. 따라서 전원을 넣은 상태로 굴리게 되는데, 만약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한 상태에서 아주 잠깐 실수로 공중에 떴다가 다시 에스컬레이터에 안착한다면? 아주 다행이라면 전동휠이 에스컬레이터에 들이박고, 조금의 기스와 안도감만을 남길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뒷 사람을 박거나, 혹은 그대로 캐리어 손잡이를 놓쳐서 굴러떨어지거나 균형을 잃고 굴러 떨어지는 등, 수많은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 물론 흔한 문제도 아니거니와, 전동휠의 전원을 끈 채 에스컬레이터를 탑승하거나 계단을 이용하는 것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이다. 하지만 작은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 굉장히 부정적인 의견만을 적어놨는데, 확실히 전동휠이 그렇게까지 매력적이지는 않다. 물론 충분히 재미있는 이동수단이며, 항상 적절한 긴장과 적정속도를 유지한다면 큰 사고 또한 나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사고는 내가 조심한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고, 그 사실은 저번에 내가 겪은 사고가 증명하는 바이지만. 어떤 싸이코가 옆에서 몸통박치기를 하고 치료비를 요구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어렸을 적에는 그렇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을 살다보니 생각보다 세상에는 싸이코가 많았고, 앞으로도 많아질테니까. 그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저번에는 전동휠을 타고 샌드위치를 먹으며 가다가, 어두운 골목길에 불쑥 솟아나온 맨홀 뚜껑을 보지 못해서 엎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속도를 내지 않고 다니기 때문에 나 대신 샌드위치와 갓웨이가 도로에 엎어졌지만.

  뭐가 어찌됐건 최근에는 사람이 앞에 있으면 사람이 걷는 속도로 줄여서 가기도 하고, 가끔씩 바람쐬러 한강의 다리를 건너기도 할 정도로 익숙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추천할만한 물건은 아니다. 로드보다 느리며, 그나마 있는 휴대성은 그 무게로 인해 상쇄되며, 배터리의 용량 및 노면상태에 대한 의존성까지, 확연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 한동안 나는 전동휠을 타고 가끔씩 바람을 쐰다던가, 기분을 내기 위해 회사에 들고가서 퇴근할 때 타고 집까지 가는 등의 방식으로 즐길 것이다. 그것은 우선 고가인 전동휠을 판매하기도 어렵고, 일단 판매하더라도 적응하지 못한 상대방이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도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전동휠 위에서 내 생각대로 미끄러지듯 움직인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고, 또 매력적이라는 이유가 함께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거금을 들여서 전동휠을 새로 구매하고자 한다면, 글쎄, 나는 아마 반대할 것이다. 담배가 자신에게 어떤 손해를 가져다 주는지 잘 이해하고 피는 사람이,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들에게 '너는 이런거 피우지 마라.'라고 하는 것과도 같은 심리가 아닐까. 물론, 그렇게 따지자면 원동기 장치 자전거에 속하는 모든 이동수단과, 또 자전거에 속하는 이동수단 또한 권하기 어렵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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