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4. 15:24ㆍLife journal/회고
2026년이 밝았다.
한동안 회고를 기재하지 않았는데, 별달리 쓸 말도 없고 매년마다 다른 사람들보다 몇 걸음은 커녕 한참이나 뒤쳐졌다는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듯 하다. 마치 마라톤 경주에 참가했지만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아득히 먼 곳으로 앞서나가고, 나 혼자 숨을 헐떡이며 포기하지도 못한 채 가슴을 부여잡고 뛰는 듯 했다. 그러한 탓인지 지난 한해동안 무엇을 했는지, 이번 해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목적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경우 남들이 하나 둘 씩 회고록을 올리는 것을 보며, 나도 회고라는 걸 써야지...같은 생각을 한 뒤 하얀 바탕만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창을 닫아버리기 일수였다. 재밌는 글을 쓰는 재주는 없기에 시작부터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아무튼 그렇게 됐다. 어영부영 포기하지도 못한 채 이직만이 유일한 답인 것처럼 수십 수백 기업에 스팸 문자같은 이력서를 반복해서 찔러넣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2026년 병오년이 밝았다.
2025년엔 무엇을 했을까?
2025년은 그야말로 LLM의 해였다. ChatGPT의 할루시네이션으로 인해 빚어지는 오만가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ChatGPT를 신봉하는 주변 사람들로 인해 고생을 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Claude Code에 월마다 $20씩 지급하다 급기에는 $100씩 지급하기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간단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어보려고 깔짝거리던 바이브 코딩을 몇 달에 걸쳐 삽질을 하고, 이제는 대부분의 메인 프로젝트에 도입했다. 여전히 바이브 코딩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지만, 도입함으로써 얻는 이점이 상당했으며 바이브 코딩으로 인한 부작용을 어느정도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MCP를 통해 연계하던 다른 서비스들은 Claude Code에 도입된 Skill로 래핑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토큰도 어느정도 경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보니 커밋을 진행하거나 이슈를 작성하고, 진행상황을 댓글로 작성하는 작업들을 템플릿화 하여 맞추는 일들도 가능하겠거니 싶었다. 또한 코드를 커밋할 때마다 AI가 이슈에 진행 내용을 댓글로 정리하게끔 함으로써, 매주 작성해야되는 주간업무보고서도 어느정도 AI가 어떤 내용을 진행했는지 작성할 수 있게 됐다.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문서와 관련된 귀찮은 일들을 전부 AI에게 맡기게 되어, 제대로 글이 작성됐는지는 보고된 내용을 기반으로 검토만 하게 됐다. 필요한 내용은 직접 수정하거나 AI에게 피드백을 하던지 하고, 나는 문제가 되는 상황에만 집중하면 될 수 있게 됐다.
AI가 보급됨에 따라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게 좋은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되는 것들은 스펙 주도 개발(Spec-Driven Development)이었다. AI의 산출물인 코드를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라는 내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내용들이 아닌가싶다. 어찌됐건 AI가 실제로 구현하기 전에 계획을 첨예하게 다듬으면, AI는 해당 지시대로 코드를 작성할테니 어느정도 결과물을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던 것 같은데. 실제로 계획을 첨예하게 다듬다보면 컨텍스트를 Compact하거나 혹은 진행 과정에서 업데이트해야되는 문서가 많다던가 여러가지 이유로 누락되는 사항들이 생겼었다. Opus 4.5까지 여러 모델들이 개선되면서 어느정도는 해결된 문제긴 하지만, 얼마나 계획서를 디테일하게 다듬어야 최적의 결과가 나오는지도 2025년에 겪었던 주된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마크다운 형식으로 쌓여가는 결과물도 마찬가지. 아무튼 작성된 것들은 읽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해결이 됐는지 파악할 수 없으므로 바이브 코딩의 결과물이 점점 작성자로부터 멀어지는 결과가 되는 원인이었던 것 같다.
해당 내용 역시 Claude Code가 Jira에 이슈를 작성하고, 진행 상황에 대해 댓글로 정리하게 되면서 어느정도는 해결이 됐다. 정확히는 이슈의 내용과 처리 과정은 Jira에서 확인한다는 내용이 뇌의 한 구석에 자리를 잡게되며, 자연스럽게 문제가 어떻게 해결됐는지 보려면 Jira를 확인하게 된 것 같지만. 어찌됐건 이러한 내용을 기반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는 Linear를 통해 관리하게 됐다. 거진 2025년 말, 2026년 초가 되어서야 그렇게 된 것 같지만.
쓸데없는 말들이 길어졌지만 정리해보면 2025년은 대부분의 업무를 AI를 통해서 진행하게 됐고, 문서화 등 귀찮은 작업 역시 AI에게 맡기게 되며 문제 해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한 해였다. 2026년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AI가 더 똑똑해지는 것도, 더 적은 토큰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는 것도, 어느쪽도 기대되는 한 해다.
일상 생활에서의 AI
원래 여행을 가면 영상을 찍고 정리하는 걸 좋아했지만, 아무래도 아마추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적당히 컷 편집을 하고, 내용을 정리하여 자막을 다는 정도였을 것이다. 2025년에는 SUNO v5가 출시되어 한국어 가사도 기가막히게(?) 뽑아내는 덕에, 여행기를 작성한 뒤 이를 노래로 만들어 적당히 컷 편집을 해서 개제하게 됐다. 원래도 돈이 될 정도로 재밌는 글을 쓰거나 혹은 기가막힌 영상을 뽑아내기 보다, 심심할 때 한 번씩 추억을 회상하려고 보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보니 여전히 조회수는 미비하지만... 그래도 틈틈히 꺼내보기도 적당하고, 유쾌해서 즐겁다. 기회가 된다면 2023년~2024년에 다녀온 여행들도 SUNO로 정리해서 올려놓을까싶다.
Whisper같은 경우 자막을 만드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는데, 영상이 길면 길수록 퀄리티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SUNO로 만든 곡의 길이를 일반적으로 3분 정도로 조절하면서 해결됐다. 개인 여행기다보니 AI에게 모든 것을 일임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집 속도를 가속화하는데 AI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AI 모델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전체적인 기능이 강화될테니, 2026년에도 기대된다.
불안장애에 대하여
해마다 연말이 될 때마다 불안장애를 몇 차례 겪었으나, 점진적으로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더니 2025년에는 거의 겪지 않았다. 이는 심리학 관련된 서적을 읽은 것이 어느정도 도움이 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AI의 발달로 인해 하고싶은 것들이 생길 때마다 바로바로 진행을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SUNO를 사용해서 노래를 만든 뒤 일상 및 여행 영상을 편집하고, 이런 저런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또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필요한 툴이나 플러그인이 생기면 바로바로 작성을 시도했다. 예전이라면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여부를 따졌을 시간에 일단 AI에게 요청을 하여 구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할루시네이션에 의해 잘못된 판단을 하든, 아니면 시간과 토큰을 낭비한 채 처음으로 돌아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는데, 어차피 시도해볼지 말지 고민하면서 낑낑거리는 시간이나 AI와 함께 삽질을 하며 낑낑거리는 시간이나 거기서 거기기 때문. 오히려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시간에 뭘 하려고 하다보니 불안장애같은 게 생길 껀덕지가 없었던 것 같다.
2026년에는 어떻게 될진 모르겠다. 현재 대부분의 업무는 AI가 작성한 코드를 검토하고, AI가 반복해서 해결하지 못하면 구현된 코드를 검토하고, AI가 작성한 문서를 검토하는 것들이다. 아마 2026년에는 더 심하면 심해졌지, 덜하지는 않을 듯 하다. 항간에서는 AI가 개발자를 대체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로 떠들석한 듯 하다. 대부분은 개발을 현업에서 하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아마 개발자를 대체한다기보단, 개발자라는 포지션 자체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싶다. 프로젝트가 어떻게 굴러가야 될 지의 방향을 논의하고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이 개발자였다면, 앞으로 AI가 지금처럼 발전하게 된다면 QA로써의 역할이 강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불안하기는 커녕, 발달한 AI를 통해 어떤 것들을 더 할 수 있을지 두근거린다. 과연 2026년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정리하며
회고라는 명목하에 2025년과 2026년의 경계선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심정인지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개인적으로 2025년은 힘든 일들도 많았고, 즐거운 일들도 많았다. 앞으로 AI가 지금처럼 발전하게 된다면, 나의 업무나 할 수 있는 일들도 다양하게 커질 것 같다. 몇 해에 걸쳐서 나를 힘들게 했던 불안장애도 AI가 발달함과 동시에 얼추 해결이 된 것 같아, 2026년은 정말 여러모로 기대되는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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