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익스프레스 이중 결제 환불기

2022. 11. 22. 09:27Life journal/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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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바야흐로 2022년 11월 15일. 온라인으로 구매한 디지털 카메라용 더미 배터리와, NP-F 배터리 플레이트가 규격이 맞지 않아 몹시 실망한 어느 새벽이었다. 나는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기에, 알리 익스프레스를 켜고 규격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USB-C 타입의 더미 배터리와 NP-F 배터리 플레이트를 새로 주문하려고 했다. 원하는 물품을 전부 주문한 뒤에 기다리고 있자니, '결제 대기중'이라는 표시와 함께 '지금 즉시 결제'라는 버튼이 보이는 게 아닌가. 늦은 새벽이었기에 '빨리 결제하고 자야지'라는 생각만 나서, 바로 '지금 즉시 결제'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왠걸. '지금 즉시 결제하기'로 각각 결제한 13,811원과 24,897원이 빠져나가고 잠시 뒤, 두 금액을 합친 38,708원이 추가로 결제된 게 아닌가. 설마 지금 내가 몹시 엿같은 상황에 봉착한게 아닌가 싶은 마음에 '알리익스프레스 중복 결제'를 검색해보니, 분노의 후기글을 가득 발견할 수 있었다. 엿같은 상황에 봉착한게 아닌가 싶었던 나의 심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증으로 변하고 있었다.

  분명 전에 알리 익스프레스 고객센터에서 한글로 상담을 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다짜고짜 한국말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애석하게도 한글을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번역기를 통해서 최대한 도와주겠다고한다. 아무튼 잠깐 기다리라는 말에 대기하고 있었더니, 연결이 끊어져버렸다. 아무래도 주기적으로 뭔가 입력해줘야하는 모양이다. 

  대충 안되는 영어로 상황 설명을 하려고 했으나, 계속해서 '돈은 한 번 빠져나갔다. 계속 염려된다면 은행에 확인해봐라.'라는 메시지가 돌아왔다. 글자 하나 안바뀌고 답변이 돌아오는 걸 보면, 아무래도 메뉴얼이 있는 모양. 한국어는 할 줄 모르니 번역기를 쓰겠다는 말이 무색하게 한글을 입력하자 english?라는 답변이 돌아오질 않나, 아까전에 들었던 답변이 계속 돌아오지 않나. 답답한 마음에 wtf을 입력했더니 바로 경고와 함께 채팅이 종료됐다.

  물론 wtf을 먼저 외쳐버린 내가 잘못한 건 맞지만, 답답해서 환장할 노릇이었다. 결국 나는 다시 세 번째 상담사를 붙잡고 진상을 피우기 시작했다.

  안되는 영어로 아무리 떠들어도 백문이 불허일견이 아니겠는가. 당장 빠져나간 잔액을 스크린샷으로 찍어 첨부하고, 최선을 다해 징징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결제 이력을 들이대서 그런 것인지, 상위 부서에 보고해서 3-5 영업일 이내에 처리될거라는 답변을 받아냈다. 드디어 해결인가...! 아직 돈을 돌려받은 건 아니라서 찜찜했지만, 일단 늦은 시각이었기에 일어나서 확인해보기로 했다.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혹시 토스 페이먼츠 측에서 처리가 가능한지 궁금해져서 고객센터에 문의해봤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찾아본 것과 마찬가지로, 가맹점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카드사에서는 처리를 할 방도가 없다고 한다. 즉,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처리해주지 않으면 얼마가 됐건 돌려받지 못한다는 소리. 깝깝하기 그지없다.

  아무튼 자리로 돌아와 오전 업무를 처리하고, 점심 시간을 지나 오후가 됐을 무렵. 다음과 같은 메일이 날아왔다. 처음에는 환불 처리가 된 줄 알고 좋아라했지만, 내용을 찬찬히 읽어내려가보니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충 요약하면 결제를 두 번 시도했지만, 한 번만 처리됐다는 내용이다. 출금이 여러번 이뤄졌어도, 걱정하지 말고 은행에 연락하면 해결해줄거란다. 하지만! 이미 토스 뱅크에 연락해보니! 니네가 처리 안해주면 돈 못 돌려준다더라! 이쯤되면 악이 차올라서, 액수가 아무리 작아도 반드시 돌려받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가맹점, 그래 가맹점. 빡쳐서 나는 다시 토스뱅크 계좌를 열어서, '토스페이먼츠_알리익스프레스'라고 적혀있는 가맹점 번호로 연락한 뒤, '이러이러해서 가맹점인 토스 페이먼츠로 연락했다.'라고 전후 사정을 찬찬히 설명했다.

  역시 토스 페이먼츠에서는 결제 방식만 제공하므로 도와줄 방법이 없고, 매출전표를 조회해서 직접 알리익스프레스 고객센터에 전달하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나마 토스는 친절한 편. KG 이니시스는 전화로 문의를 한들 ARS만 조작하게 되어있고, 상담원과 연결하려면 카카오톡을 사용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누가 ARS로 결제 이력을 조회하나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인터넷에 KG 이니시스 매출전표를 조회할 수 있는 페이지(https://www.inicis.com/payment-view)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결제 내역 조회한 후 매출 전표를 확인하려고 하면 '이름'과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입력해야하는데,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올바른 정보를 입력해주세요'라는 에러 메시지가 출력된다. 뭐야, 이거 왜 이런담. 다행히 아래쪽에 '카카오톡으로 문의하기'가 있어서 연락해보니, '화면에 나온 이름과 결제 당시 입력한 전화번호를 입력해주세요.'란다.

힘쎄고 좋은 아침! 내 이름을 묻는다면, 나는 CARD HOLDER!

  그렇다. 구매자에 'CARD HOLDER'라고 표기되어있는데, 이 이름을 입력해야 매출 전표(영수증)을 출력할 수 있다. 이제 알리 익스프레스에 직접 접속해서 고객센터 페이지를 찾아간 뒤 상담원 호출 요청을 해도 되지만, 생각보다 숨어있기 때문에 귀찮은 나머지 토스 페이먼츠에서 불러준 주소(https://customerservice.aliexpress.com/home?language=ko&from=byr_common&hcMapRule=aeMapRule)로 접속하기로 했다. 그렇게 4차 상담원 대전을 치루게 된 것이었다.

  요사스러운 토스에서 무슨 짓을 한 건지 상담원이 한국어를 한다. 아무래도 PC로 접속하면 알리 익스프레스 페이지 자체의 언어가 해당 국가를 따라가게 되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상담원이 연결된 게 아닐까싶다. 만약 알리 익스프레스 고객센터에 문의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PC로 접속하도록 하자.

  아무튼 다짜고짜 주문번호와 매출전표를 던지고, 이번에는 되도 않는 영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빙글빙글 도는 상황 설명과 답변이 오가고, 이미 이전 상담원이 처리해서 전문팀이 처리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아마 며칠 이내에 이메일로 답변을 들을 수 있을거라나. 아무튼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하고 채팅을 종료하고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까 내가 받은 메일이 그 전문팀이 보낸 메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아무래도 사고가 한박자 늦고야 만 것이다. 뒤늦은 깨닳음과 함께 분노가 풀악셀을 밟고 수직상승하기 시작했다.

  바로 번역기를 돌려서 짧은 메시지와 함께 매출전표 세 장을 첨부해서 메일로 보냈다. 이래도 처리가 안되면 내일도 메일을 보내고, 그 다음날도 처리가 안되면 다음날에도 메일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나의 분노는 빠르게 차오르고 빠르게 식어버리기 때문에, 퇴근과 함께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때는 바야흐로 이틀 뒤인 토요일. 카메라와 보조 모니터를 연결하던 HDMI 케이블이 단선되어 주마등이라도 보는지 화면이 깜빡깜빡거리기에 0.5m짜리 케이블을 주문한 뒤, 통장 잔고를 보니 어쩐지 잔고가 불어난 느낌이다. 오, 설마? 하고 찾아보니, 결제가 취소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중복 결제가 됐을 때 환불을 못받은 사례를 접하고, 금액에 비해서 스트레스를 몹시 받았었지만 생각보다는 일이 순탄하게 풀렸다. 아마 검색을 통해 이 글을 찾아오신 분들 중에는, 나와 비슷한 문제로 고초를 겪고 계신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매출 전표는 인터넷에서 쉽게 조회가 가능하고, 어려운 경우에는 상담원에게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으므로, 비슷한 문제를 겪고 계시다면 일단 매출 전표를 끊으시는 걸 추천드린다. 말로 상황설명해도 잘 전달이 안되고, 결국 처리를 위해서는 매출 전표가 필요하기 때문.

  아무튼 이중 결제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이걸로 금액에 비해서 몹시 스트레스를 받았던 알리 익스프레스 이중 결제 환불기를 마무리 지어야겠다. '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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