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워즈, 엔딩은 스토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2015. 3. 22. 02:21Games Play Journal/PS V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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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국제전자상가에 갔다가, 말많기로 유명한 '프리덤워즈'의 매물이 있는 걸 봤다. 가격을 물어보니 무려 15000원. 물론 온라인 플레이를 하기 위해선 온라인 패스가 필요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임은 틀림없었다. 게다가 난 온라인까지 즐길 생각은 없으니까, 무척이나 훌륭하지 않은가! 그런 판단하에 이 똥쓰래기를 손에 들고 룰루랄라 집에 와버렸다.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지...


FREEDOM WARS (출처: 위키페이지)

freedom_wars.jpg

개발: 딤프스, SHIFT

유통: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장르: "탈환" 멀티플레이 액션

플랫폼: PS Vita

발매: 2014년 8월 7일 공식 홈페이지



  게임을 처음 켰을 때 나오는 장면은 아니다. 캐릭터를 생성하고 저장한 후, 게임을 다시 켜면 자신의 캐릭터가 독방에 앉아있는 걸 볼 수 있다. '게임을 켜자마자 캐릭터가 독방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게임을 종료하더라도 캐릭터는 독방에 수감되어있다.'라는 걸 보여주는 세세한 연출이 아닐까. 하지만 그런정도의 세세한 연출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스토리가 그렇게 나락으로 굴러떨어지도록 만들지는 않았겠지. 보통 엔딩 하나로 이렇게 제작진을 까진 않지만, 프리덤 워즈의 스토리에는 충분히 그럴만한 요소가 있다. 개XX들...


  캐릭터와 액세서리. 캐릭터는 '죄인', '액세서리'는 캐릭터를 감시하는 간수의 역할을 한다. 의상은 스토리를 진행함에 따라 해금되는데, 그 수가 그다지 많지는 않다. 의상은 파트로 나뉘어져있어 각 파트를 다른 색으로 변경할 수 있으며, 스티커를 이용해 바리에이션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티커라고 해봤자 하나밖에 못 붙이니, 바리에이션이라고 해봤자 그리 큰 변화를 주기는 힘들다.


  불분명하지만 약 6층의 독방이다. 내가 기억하기로 스토리를 클리어할 때까지 이 독방은 딱 1번 바뀐다. 시작할 때와는 달리 벽면과 바닥의 색이 위의 스크린샷처럼 은회색으로 변하는게 처음이자 마지막 변화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공적을 그렇게 세웠는데 최소한 평수라도 늘려줘야 하는 거 아닐까. 아무리 범죄자라지만 좀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싶다.


  로스트리트. 독방의 디자인이 딱 한번 바뀌는데에 반해, 이 곳은 전 층수를 통틀어 변화라고는 npc의 위치밖에 없는 곳이다. 원하는 위치까지 단숨에 이동할 수 있는 숏컷기능이 활성화되기 전까지 이 곳을 걸어다녀야 하는데, 놀랍게도 초기에는 뛰어다닐 수 있는 시간에 제한이 걸려있다. 나중에 로스트리트에서 쉬지않고 뛰어다닐 수 있는 권한을 얻으면, 액세서리가 따라오질 못해서 '감시에서 벗어난 죄'로 인해 형량이 가산된다. 물론 범죄자에게 인권같은 걸 묻는것도 좀 웃기긴 하지만, 애시당초 주인공은 '기억을 잃은 죄'로 100만년의 형량을 살고 있는 애라고. 불쌍하지도 않냐. 하긴 형량이 백만년인데 수십년 더 가산된다고 대단하긴 하겠냐만.


  어브덕터와의 전투는 재밌다. 와이어를 활용한 액션이나 융단, 여러 타입의 무기를 활용하는 등 즐길만한 요소가 많다. 다만, 주인공의 무기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딱히 강해졌다는 것을 느끼기 어렵다. 보통 미션에는 동료 npc와 동행하기 마련인데, 이 동료 npc들의 레벨업을 하지 않으면 난이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나는 그 점을 몰랐기에 3계층인가 4계층인가 진행할 때까지 동료 npc들의 레벨을 하나도 올리지 않고 진행하다가 비타를 몇 번 집어던질 뻔 했다. 반대로 동료 npc들의 레벨을 올린 후, 실패했던 미션을 진행하자 너무 수월하게 클리어해서 허망했던 기억도 있다. 이럴거면 무기 강화는 대체 왜 있는가, 라는 의구심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지만, 그래도 전투는 재밌으니까...


 대망의 엔딩 중 한 컷. 이 스크린샷을 보고 스포일러라고 느끼는 사람도 많겠지만, 뭐 그러거나 말거나. 사실상 내 생각을 말하자면, 스토리 중반부즈음까지 간 사람이 이 스크린샷을 보고 앞으로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될지 감도 못 잡는다에 한 표를 던진다. 하긴 누가 이런 진행이 되리라고 예상이나 했을 것인가. 혹자는 화장실에서 변을 보다가 중간에 나온듯한 느낌이라 표현했는데, 그 이상 이 게임의 엔딩에 어울리는 비유가 또 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의 스토리를 보느니,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전권을 모아놓고 그 중에 아무거나 한권을 읽는게 훨씬 정신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엔딩을 보기 전까지는 '이 재밌는 게임이 왜 까이는가'에 대해서 강한 의구심을 느꼈다. 그러나 엔딩을 보게되면 누구라도 이 게임을 까지 않고는 베길 수 없을 것이다. 어느정도 수준의 엔딩이냐면, 나의 경우 엔딩을 보기 전까지 정말 재밌게 즐기다가 엔딩을 본 후에는 '내가 이 게임을 재밌게 했었나?'라며 자괴감을 느낄 정도였다. 과연 이 회사에 시나리오를 담당하는 직원은 있는 것인가. 있다면 그 직원은 이 게임의 전체 개발기간동안 무엇을 했는가. 이 게임이 완성되고 아직 이 회사에 당당히 출근하고 있는가. 수많은 의문점을 남겨놓는, 그러한 류의 엔딩이 아닐 수가 없다.


 결론을 말하면, 스토리의 거지같음과 주변환경의 변화가 극도로 적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꽤 재밌는 게임이다. 온라인 패스를 끊고 친구들과 협력플레이를 한다면 정말 재밌게 즐길수도 있겠지. 하지만 굳이 온라인으로 즐기고싶은 게임도 아닌데다가, 한 번 엔딩을 보고나니 왜 이 게임을 온라인 패스까지 끊어서 더 붙잡고 있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나의 경우 중고로 15000원을 주고 업어온 것조차 아까울 지경인데, 정가를 주고 나오자마자 구매한 사람들은 어떤 심정이었겠는가. 그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개인적으로는 설정이나 스토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꽤 괜찮았었으니, 그 부분을 잘 살려서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의 이 어처구니 없는 엔딩을 어떻게 끌어가서 잘 살릴 수 있을지도 전대미문일 뿐더러, 정작 후속판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프리덤워즈의 후속판!'이라는 소식이 들리면 아무도 안 살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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