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3. 14:08ㆍMachine, Device/태블릿
1. 구매 결정과 고민
몇년 전 집안에 쌓아놨던 책들의 부피와 관리 부족으로 인한 곰팡이를 감당하지 못해, 쌓여있던 서적 대부분을 처분한 뒤 전자책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전자잉크 태블릿 자체에는 대해서는 옛날에도 관심이 있어서 크레마 사운드 브라운 에디션을 구매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전자책이 그다지 활성화되지도 않았고 전자책을 잘 읽지도 않았던지라 점차 전자잉크 태블릿의 존재는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졌었다. 하지만 어느날 인스타그램 피드에 '미니멀라이프에 적합한 스마트폰'이라며 전자잉크를 적용한 스마트폰 광고가 뜨기 시작하고, 킥스타터 페이지를 찾아보다 꾸준히 전자잉크 태블릿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으며, 2024년도에는 오닉스 사의 제품이 꽤 잘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전자잉크 태블릿 자체는 전에도 한 번 사용하다가 방치해놓은 경험이 있었기에 큰 돈을 들이고싶지는 않았다. 온라인 중고로 컬러 패널이 들어간 제품을 찾고 있었는데, 추석 연휴였던지라 도통 매물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애매한 가격의 중고 매물이 떠서 잠시 고민하고 있노라면, 예약중 혹은 판매완료로 변경되기 일수였다. 일주일이 지나자 당근마켓과 중고나라를 그 어떤 SNS보다도 더 빈번하게 살펴보는 상태가 됐고, 이래저래 중고매물이 뜨면 스펙을 검색하다 오닉스 북스 Go 6가 최근 정식발매됐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오닉스 북스 포크5 후속 기종인데 왜 이름이 오닉스 북스 Go 6이 됐는지 의문이지만, 몇 주 동안 중고매물을 찾아서 헤매이던 나에게는 큰 의미는 없는 의문이었다.
결국 주말을 이틀 앞두고 이노스페이스 네이버 스토어에서 오닉스 북스 Go 6을 주문했다. 금요일날 배송시작을 했지만 도통 배송상태가 갱신이 되지 않아서, 토요일 정오에는 반쯤 체념한 상태였다. 그리고 혹시나싶은 마음에 현관문을 빼꼼 열자...
고대하던 택배상자가 도착했다. 다음주 월요일에나 받아볼 수 있겠구나...하고 체념하고 있던 찰나여서, 더더욱 반가운 택배박스가 아닐 수 없었다.
2. 상자를 열어보자
이번에 주문한 것은 오닉스 북스 GO 6, 탄탄 파우치, 그리고 저속 충전기 세 가지다. 258,000원이었는데, 카드 포인트를 싹싹 긁어서 230,000원 정도를 결제했고, 네이버 포인트가 7700원이 적립될 예정이어서 대충 체감 비용은 225,000원 정도였다. 나름 알뜰하게 산 것 같기도 하고...
먼저 5,000원을 지불하고 산 저속 충전기부터 살펴보자. 박스 뒷 면에는 충전기 스펙이 명시되어있는데, 단독 충전시 12W, 동시 충전시 6W로 2024년에 돈을 주고 구매하기에는 상당히 낮은 스펙임을 알 수 있다. 전자책 리더기에 대해서 살펴보던 중 고속충전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물론, 고속충전이 되는 충전기로 결제하는 경우에는 기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주문했다. 가끔씩 USB C타입 충전단자를 지원하는 기기 중 고속충전을 지원하는 충전포트에 연결하면 충전이 안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의외로 요긴하게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음은 탄탄 파우치다. 오닉스 북스 포크5용으로 출시된 마그네틱 커버가 오닉스 북스 GO 6에도 지원된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았으면, 주문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노스페이스 어디를 살펴봐도 명시되어있지 않아서 파우치를 주문했는데, 나중에 제품 Q&A를 살펴보다 다른 사람이 질문한 내용을 살펴보고 알게됐다. 배가 불렀는지 마그네틱 케이스는 판매할 생각이 없는건지 의뭉스럽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파우치 외관은 푹신하고, 꽤 탄성이 있는 소재가 파우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귀염뽀짝하지만 6인치 태블릿을 보관하기에는 더할나위없이 튼튼해보였다.
다만 지퍼에 후크 대신 달려있는 실 공예품은 대체... 개인적으로는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터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지퍼 후크만 사다가 교체하던가 해야 할 것 같다. 아니면 키 링이라도 달아주던지. 그 외에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주인공인 오닉스 북스 GO 6 되시겠다. 역시 박스 뒷면에는 기기 사양이 적혀져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램 2G와 배터리 1500mAh는 너무 적은게 아닌가싶다. 물론 전자책만 본다면 크게 문제될만한 스펙은 아니긴 하다. 카르타 1300 패널이 적용되어 300ppi로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다는데 과연... 너무 오랜만의 전자책이라 두근두근하다.
박스를 위로 열어 올리면 귀염뽀짝한 사이즈의 오닉스 북스 Go 6이 상자를 가득 매우고있다. 꺼내서 구성품을 살펴보면 오닉스 북스 GO 6 본체, USB A to C 케이블, USIM 핀, 퀵 가이드 책자, 그리고 영문/중문으로 작성되어있는 제품 보증서다. 대체 제품 보증서조차 영문/중문으로만 되어있으면 이노스페이스는 무엇을 하는걸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KC 인증을 받느라 수수료도 냈을테고 어찌됐건 A/S도 해주긴 할테니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책자로 되어있는 퀵 가이드는 다국어로 기재되어있기 때문에 페이지 수가 조금 되어보일 뿐, 실제로는 열 줄이 될까말까한 수준이다. 평소대로라면 '상남자는 설명서따윈 읽지 않아'라며 쓰래기통으로 직행했을 퀵가이드지만, 나이가 30대 중반에 접어들자 이런 태도는 고치는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펼쳐봤다. 아무래도 향후 10년간 제품 설명서가 쓰래기통으로 직행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어보인다. 제대로 된 설명서는 오닉스 북스 GO 6 본체를 켜서, 설정 탭에 들어가면 5.2MB짜리 영문 사용설명서 PDF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다. 한글은 지원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못알아먹을 정도는 아니기에, 시간이 남는다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동봉되어있는 USB A to C 케이블은 약 1m 정도. 일반적으로 크게 무리는 없는 사이즈지만, 충전기를 꽂아놓은 상태로 책을 읽으며 뒹굴거리기에는 살짝 짧을수도 있는 길이다. 다행인지 고속 충전을 지원하지 않는 USB A to C 케이블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없다. 내 경우에는 30대에 접어든 남성 대부분 집 한구석에 갖고있는, 지금 당장은 사용하지 않지만 언젠가 사용할지도 몰라서 모아놓은 케이블 주머니에 3m짜리 USB A to C 케이블이 있어서 그걸 대신 사용하기로 했다.
본체를 꺼내서 들어보니 성인 남성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정도의 크기로, 상당히 아담하다. 본체의 무게는 160g으로 상당히 가벼운 편. 이 정도 크기라면 아무리 오랫동안 들고다녀도 손목에 무리가 오지 않을 것 같고, 가을이나 겨울에는 외투 주머니에도 쏙 들어가는 정도라서 휴대하기에도 좋은 크기다. 다만 뒷면에는 흉물스러운 KC 인증 스티커가 대문짝만하게 붙어있는데, 떼어내자니 스티커 자국이 남을까봐 떼어낼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대로 내버려두기에는 뒷면을 볼 때마다 마음 한 켠에 불편함이 넘실넘실 실려왔기 때문에, 뒤늦게나마 오닉스 북스 포크5용 마그네틱 커버를 주문했다.
하단에는 microSD카드 트레이와 마이크, 그리고 USB C 포트가 위치해있다. 동봉되어있는 USIM핀을 찔러넣었는데 트레이가 나오지 않아 자세히 살펴보니, USIM 핀으로 마이크 구멍을 찌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전자책 리더기에 달려있는 마이크를 대체 어디다 쓰겠는가. 음성 인식으로 페이지를 넘길 것도 아니고... 그런 생각이 들어서 장장 0.5초만에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3. 사용기
전원을 켠 뒤 언어와 시간을 선택하고 제스쳐 사용 여부를 설정하면 드디어 초기 화면을 볼 수 있다. 중국 제품이라는 것을 전력으로 어필하듯 타임존 기본값이 베이징인 것은 묘하게 거슬리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 타임존을 지원하지 않는 것도 아니므로 대충 설정하고 넘어가자. 시간은 수동으로 설정할 수도 있고 인터넷에 연결되어있을 경우 자동으로 동기화되도록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느 쪽이건 편한 쪽을 선택하자.
제스쳐 사용 여부 설정은 사용자에게 지원하는 기능을 보여주며, 필요한 기능을 설정하는 메뉴로 꽤 유용하다. 개인적으로는 프론트라이트 밝기 조절을 잘 사용하긴 하는데, 어차피 컨트롤 패널에서 좀 더 직관적인 메뉴로 설정할 수 있는 내용이라서 굳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가상키는 뒤로가기, 홈, 최근 사용한 앱, 컨트롤 패널, 화면 새로고침 다섯 가지로 구성되어있는데, 제스쳐도 편리하지만 가상키가 훨씬 직관적이므로 켜놓고 사용하는 편을 추천한다.
설정이 끝나고 앱 탭으로 이동하면 플레이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다. 2024년에 안드로이드 11 버전이 탑재되어있다는 것은 모바일 기기에 친숙한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좀 갸우뚱한 일일테지만, 최근의 전자책 리더기는 놀랍게도 2024년이라는 올해 년도가 의뭉스러울 정도로 안드로이드 11이 표준처럼 정착되어있다. 아무튼 어떠랴, 아직까지는 그래도 꽤 많은 앱이 호환되는데다가, 전자책만 읽는다면 크게 문제될만한 내용은 아니지 않겠는가.
바로 실행해보니 앱 최적화 튜토리얼이 뜬다. 영문으로. 앱을 사용하다보면 정식 발매된 제품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군데군데 번역되지 않은 UI를 볼 수 있는데, 영어를 모르더라도 대충 쓰다보면 짐작 가능한 내용이므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역시 이 정도는 번역해줬으면 싶은 마음이 들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구글 플레이에 로그인을 하려하니 구글 웹 페이지에 적용되어있는 화려한 애니메이션을 화면이 따라가지 못해서, 화면이 뭉개지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태블릿이니 성능 테스트 겸 게임도 받아서 돌려볼까싶었지만, 애니메이션 재생만으로도 버거워하는 화면을 보고있자니 아무리 나라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뭐가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몇차례 구글 플레이가 비정상 종료되는 현상이 있었지만, 간신히 로그인하고나니 구글 플레이 업데이트가 꽤 오랫동안 진행됐다.
업데이트가 진행되는 동안 네이게이션 볼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많은 기능을 지원하고 있었다. 무려 2024년의 트렌드에 걸맞게 AI 기능도 지원한다! 물론 스크린샷 이외에는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컨트롤 패널을 열어 네비게이션 볼을 비활성화했다. 대충 짐작할 수 있듯 대부분의 기능은 가상키와 컨트롤 패널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네비게이션 볼을 굳이 활성화할 필요는 없다.
네비게이션 볼에서 지원하는 기능들을 살펴보던 중 가독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메뉴도 발견할 수 있었다. 무려 '표백제'라고 표기되어있는 이 기능은, 과연 뭘 오번역한걸까... 궁금하지만 굳이 언어 설정을 변경해서 확인하고싶은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대충 넘어가기로 했다. 여러모로 되다만 한글화는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마침내 업데이트가 끝나고, 기존에 사용하던 알라딘 전자책을 다운받아서 설치한 뒤 로그인할 수 있었다. 구매하기 전부터 6인치면 좀 작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가독성이 워낙 좋다보니 나쁘지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 160g으로 가벼운 무게 덕분에, 너무나도 편하게 글을 읽을 수 있었다.
내친김에 네이버 시리즈를 받아서 만화책을 보기로 했다. 아이패드로 볼 때와는 달리 만화책에 가까운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몹시 만족스러웠다. 어렸을 적 만화책을 많이 봤던 탓인지, 소설책을 볼 때보다 만화책을 볼 때가 더 만족감은 높았다. 보라, 사진으로도 느낄 수 있는 저 종이같은 질감을!
다만 문제라고 하면 네이버 시리즈는 전자책 리더기라는 기기가 2024년에 이르러서도 아직 사용되며, 안드로이드에 내장된 웹뷰를 사용하는 경우 애니메이션을 처리할 때 화면이 뭉게지기 때문에 페이지 넘어가는 애니메이션을 전자책으로 보면 꽤 괴롭다는 사실을 모르는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지옥도와 같이 화면이 망가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리 설정을 찾아봐도 페이지 넘김 애니메이션을 끄는 옵션을 찾을 수 없었는데, 대기업인 만큼 좀 신경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장되어있는 네오 브라우저를 사용해서 웹서핑도 가능하다. 플레이스토어 로그인 시 간단한 웹페이지 애니메이션을 화면에 표시하는 것도 버거워하길래 웹서핑은 힘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무난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재밌는 점이라면 네오 브라우저를 사용해서 웹 페이지를 접속하면, 어두운 장면에서는 고스팅 현상이 좀 있긴 하지만 동영상 재생도 무난하게 플레이 가능하다. 물론 배터리가 살살 녹아내려가므로 자주는 접속하진 못하겠지만, 흑백으로 보는 웹페이지는 색다르므로 한번씩 접속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친김에 네오 브라우저로 유튜브에 접속해서, 쿠르츠게작트 영상을 하나 재생해봤다. 배터리가 살살 녹는데다가 스피커도 없어서 실제로 재생을 할 일은 없겠지만, 고스팅 현상을 제외하면 꽤나 잘 재생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향후 컬러 모델이 300ppi까지 지원하게 될 때 쯤에는, 태블릿을 어느정도 대체할 수 있을 정도가 되지 않을까. 두근두근하기 그지없다.
내친김에 비가 내려 날씨도 선선해졌겠다, 가볍게 산책을 하면서 책을 좀 읽어볼까...싶어서 밖에 나왔다. 2시간 반 정도 걸으면서 책을 봤는데, 무게가 무게인지라 손목이 너무나도 편했다. 어두워져서 프론트라이트를 적당히 조절해가면서 읽었는데, 제스쳐 설정해놓은게 꽤나 도움이 됐다. 가독성도 휴대성도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알라딘에서 무료로 대여 가능한 괴도 세인트테일 1권을 대여해서, 페이지 넘김 문제가 발생하는지 확인해봤다. 몹시 깔끔하게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대만족. 입문용 전자책 리더기로써는 과분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전자책을 고민하고 있는데 중고를 사기는 조금 꺼림찍하다면, 오닉스 북스 GO 6로 입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개인적으로는 몹시 만족스러워서, 한동안은 오닉스 북스 GO 6만 사용하다가 향후에나 다른 모델을 알아볼 것 같다.